조현병은 왜 걸리는 것일까? 오늘은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어볼 생각이다. 이 글은 의사의 의견이나 전문가의 의견이 아니다. 하지만 나름 전문가들의 근거들에 입각하여 정리한 생각들이고, 거기에 나의 경험담과 다른 조현병 환우들의 경험담에 비추어 정리한 글이다.
나는 초발도 경험했고 재발도 경험했다. 그리고 재발 후에는 많은 조현병 환자들과 소통도 했다. 대략 50명 넘는 조현병 환우들과 소통을 한 것 같다. 지금은 그 수가 줄었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소통하는 환우들도 있다. 환우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자기가 왜 조현병에 걸렸을까 고민하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하지만 이들 중 의사에게 '당신은 00 때문에 조현병이 걸렸습니다'라고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의사도 확실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 바로 조현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모이면 가끔씩 왜 조현병이 걸렸을까 토론을 하곤 한다. 그 이야기들을 종합해 봤을 때 나는 조현병의 원인을 거의 4가지 중 하나인 것으로 결론지었다. 1. 나처럼 공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사람. 2. 청소년기에 학폭의 대상이었던 사람. 3. 이성에 매우 큰 관심을 둔 사람. 4. 다이어트 약을 먹은 사람.
조현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은 이 이야기를 듣고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신이 조현병 환자라면 이 4가지 카테고리 중 하나에 속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뒤에 소개하는 이유들 중에서 비슷한 이유의 케이스일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네 가지 카테고리는 모두 도파민 과다분비와 관련이 있다. 이 쯤되면 여러분께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조현병은 도파민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분비되어서 (혹은 때때로 부족해서-항상성 작용 때문에) 생기는 질병이라는 것이다.
처음 두 가지 원인인 공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것과 청소년기에 학폭을 받은 것의 공통점은 극심한 스트레스다.(공부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정말 극한까지 받은 스트레스를 의미한다. 예를들면 나처럼 석박사과정을 하면서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 수준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원인은 어떻게 도파민을 과다 분비하게 만들까? 저명한 과학자 애나 렘키에 의하면 극심한 스트레스와 극심한 고통은 오히려 도파민을 극도로 높여준다고 한다. 그분 말씀에 의하면 우리 몸은 여러 부문에서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고통을 받으면 받을수록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도파민을 그 고통의 정도에 비례해서 분비한다고 한다. 한 가지 쉬운 예시를 애나 박사님이 소개한 것이 있는데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로 고통스럽게 목욕을 하고 나면 목욕 이후 마치 마약을 한 정도와 같은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것이다.(이 방법으로 그녀는 마약 환자를 완치시킨 케이스도 있다고 소개했다.) 어찌 됐든 이 같은 극심한 스트레스는 되려 도파민을 극도로 분비시키게 하고 그로 인해 조현병이 걸린다는 게 내 생각이다. 참고로 공부 스트레스로 조현병이 걸린 케이스는 3~4명 정도 만나보았지만, 학폭 경험자는 꽤나 많이 만나 봤다. (참고로 실제 조현병에 걸린 수학 교수의 삶을 그린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 나오는 교수님도 극심한 수학 공부 스트레스로 인해 조현병에 걸린 케이스다.)
세 번째 원인인 이성에 매우 큰 관심을 두는 사람에 대한 이유는 조금 쉽다. 이성에 관심을 너무너무 가져서 이성에 대해 생각하기만 해도 도파민이 뿜뿜하는 것이 이유이다. 이 이유로 조현병에 걸린 사람들도 꽤나 많이 만나 봤다. 그들은 이성과 관련된 망상이 있는 것이 특징인데 예를 들면 주변의 모든 여자들이 나를 좋아한다고 망상하거나(못 믿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환우들이 수두룩 하다), 아니면 특정 연예인이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망상(그 기전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런 사람도 몇 사람 만나보았다.-처음에는 자신이 특정 연예인을 너무 좋아했지만, 점차 자기가 좋아하던 연예인이 자기를 사랑한다는 망상을 하게 된다고 한다. 아마도 급격한 도파민 분비가 이러한 망상을 불러일으키는 듯하다.)을 가지는 등의 망상의 발전으로 점점 더 도파민이 뿜뿜 하게 되고 결국에는 조현병에 이르게 되는 것 같다.
마지막 네 번째 원인은 다이어트 약을 먹은 사람이다. 흔히 나비약 계열의 다이어트 약을 주변에서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나비약 계열의 다이어트 약은 마약과 같은 성분이 들어있고 그로 인해 약에 중독되기 쉽다고 한다. 이 약을 먹은 사람에게는 마약과 같은 성분이 도파민을 뿜뿜 하게 하는 작용이 일어나서 조현병에 걸리는 것 같다.(코카인 마약 같이 도파민을 평소의 1000배 정도 나오게 하는 마약-섹스가 평소보다 2배의 도파민을 분비시킨다.-은 조현병의 주 증상인 환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면, 확실히 다이어트 약 성분 중 마약과 같은 성분은 조현병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이 약은 마약과 같은 성분 때문에 보통 3개월 먹고 끊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상 장기간 섭취할 경우 조현병이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변에서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풍문으로 여러 번 들은 케이스다. 한 가지 특징은 다이어트 약 때문에 조현병에 걸린 사람은 치료하면서 다이어트 약을 끊으면 예후도 좋고 완치도 다른 케이스에 비해 쉬운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같이 네 가지 원인은 모두 도파민 과다 분비에 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분명히 밝히는 바는, 이 글은 의사나 전문가의 의견은 아니지만 전문가의 의견에 비추어 나만의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조현병 환자들은 스스로 이런 생각들을 하는구나,,라고 이쁘게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끝!
Reference
애나 렘키. (2022). 도파민네이션. 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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