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 글을 통해 나의 조현병이 재발하고 난 직후의 경험 썰을 자세히 풀 것이다. 사실 엄격하게 말하자면 나의 조현병 재발의 악몽이 시작된 것은 "Part1. 조현병 재발 징후 싸인" 글에서 언급한 대로 회사에서 짤린 그날의 오후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날 오전에 내 상사로부터 퇴사를 통보받고 난 후, 그날 오후 몇 시간 동안의 기억자체가 없다. 이것은 내가 기억력이 안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 몇 시간 동안 정신이 아얘 없었고, 퇴근 시간 6시가 되어서야 뭔가 꿈에서 깨는 듯한 느낌과 함께 현생으로 돌아오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나의 정신이 되돌아온 느낌의 기억이 있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벌써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 회사는 칼퇴를 지키는 회사였기에 6시가 되면 모두 함께 퇴근을 하는 회사였고 정신이 들고 시간을 보았을 때에는 6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그 때 나는 굉장히 몽롱한 상태였다. 깨어나서도 꿈같은 느낌이 있었고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냥 그대로 사람들이 움직이는 대로 회사 밖을 나왔었다. 회사 밖을 나오니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밖에서 서성거리다가 아 퇴근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다시 회사 안으로 들어가니 직장 동료 두명이서 나의 짐을 챙겨 내 가방 속으로 넣고 있었다.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회사 동료가 "00씨 괜찮아요?"라고 물었던 것 같다. 짐을 다 챙기고 나서 가방을 메고 나가려니 그 동료가 "00씨 잠바요" 하면서 내 잠바를 챙겨주었다. 나는 한쪽 어깨에는 가방을 메고 한쪽 어깨에는 잠바를 반틈만 입은 채 회사를 나섰다. 그 당시에 나를 본 내 동료들은 아마도 내가 퇴사를 맞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서 반쯤은 미쳤지 않았을까 하고 여겼을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대표님도 같이 있었는데 건물 밖을 나설 때 굉장히 친근하게, 그리고 걱정하는 말투로 작별인사를 건네준 것이 기억난다. 그렇게 나는 회사 밖을 나왔고 춥다는 느낌과 함께 '아 이제 정말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자괴감에 빠진 채 시련을 당한 사람처럼 터덜터덜 지하철을 타러 갔다. 잠바는 여전히 반틈만 걸친 채 말이다.
하지만 내 정신은 완전히 현생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지하철 역에 와서 습관대로 집으로 가는 열차를 타긴 했지만 타고 나서는 정말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한 정거장, 두 정거장, 지하철은 달리고 달렸고 나는 그냥 열차 밖을 내다볼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두 시간쯤 지났을까, 아뿔싸, 내가 내릴 역(지하철 갈아타는 곳)을 놓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 혼자만 지하철을 타고 있었다.
지하철 내에 실시간으로 어디 역인지 알려주는 전광판을 살펴보고 카카오지하철 앱을 열어보니 종점 한 정거장 전이었다. 그 때 겁이 나기 시작했다. 내 집이 있는 역이 어디 역인지 생각이 안나는 것이었다. 다행히 어머니께 전화를 할 정신은 있었는지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고 어머니께 오늘 회사에서 짤렸다고 간단히 말씀드리고 지금 지하철을 타고 있는데 종점 바로 앞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때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하셨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다만 내가 여기서 집으로 가는 방법을 모른다고 하자 동생을 불렀다.
동생: 형 어딘데?
나: 지하철 종점 바로 전이야. 갈아탈 역을 놓쳤어. 근데 그 역 이름이 생각이 안나.
동생: 그건 나도 모르는 데,, (옆에 어머니한테) 엄마 알아? (모르시는 듯함) (멀리 있는 아버지께) 아버지~! 아버지 00 형이 사는 집 앞 역 알아? (잠시 후) 00역 앞에 살고 있어?
나: 아 맞아. 근데 거기로 어떻게 가지? 가는 방법을 모르겠어. (지하철을 갈아타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어디서 갈아타야 하는지도 몰랐음.)
동생: 형 네이버 지도랑 카카오 맵 할 줄 알잖아. 그걸로 검색해서 가면 되잖아.
(그새 지하철 역은 종점에 도착함)
나: 근데 그거 어떻게 하는지 까먹었어. 지금 종점에 도착했는데 어떡하지?
동생: (걱정하며) 종점 이름이 뭔데?
나: 나도 몰라.
동생: 지하철 내에 전광판이 알려주지 않아? 그거 못 봤어?
나: 몰라. 지금 전광판은 꺼졌고 종점 이름은 기억이 안 나.
동생: (잠시 생각해 보더니) 그럼 역 밖으로 나가봐. 역 이름 적혀져 있는 데로 나가봐.
나: (지하철 카드 찍는 곳에서 카드를 찍고 나옴) 여기에 역 이름이 적혀져 있다고? 어디에 적혀있는데? (두리번두리번)
동생: 거기 안 적혀 있어?
나: 00역으로 가는 지하철 타는 곳이랑 00 역으로 가는 지하철 타는 곳이라고만 적혀있지(지하철 종류가 여러 개 있었음) 여기가 어딘지는 안 적혀 있는 거 같아.
동생: 잠시 영상통화 할 수 있어?
나: 어 잠깐만. 내가 걸게. (끊고 카카오톡 영상통화를 함)
동생: 어디 카메라를 좀 돌려봐.
나: (여러 군데 카메라를 돌림)
동생: 역 밖으로 나가야지. 역 밖에 나가봐.
나: 아! (나가서 확인) 00역이야.
동생: 잠깐만. (네이버 지도를 살피는 중이었던 것 같음). 그러면 00역 행 지하철 타고 가다가 00역에서 내려서 00역 행 지하철 타면 될 것 같아.
나: 그렇게 말하면 나 못 알아들어. (그러면서 다시 지하철 타러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음)
동생: 형 네이버 지도 할 줄 알잖아. 갑자기 왜 그래?
나: 나도 몰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
동생: 그럼 일단 00역 행 지하철 타고 00역에 도착하면 내려서 다시 전화해.
나: 아 알았어. (그리고 끊음.)
그렇게 나는 다시 지하철을 탔고 '00역'을 되새기며 한 정거장 한 정거장 거쳐가고 있었다. 그렇게 몇 분쯤 흘렀을까,, 지하철에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역 이름은 까먹고 다시금 무념무상의 시간을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오기 시작했다. 나는 노약자석을 보면서 '아! 저기서 누워서 자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하였고 얼마지나지 않아 그렇게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진짜 초등학생도 하지 않을 만한 행동을 나는 하고 있었다. 어쩌면 사람들이 괜찮냐고 걱정해 주며 나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바랬는 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노약자석은 의외로 그리 편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비좁아 무릎을 당겨야 했고 몸의 3분의 1은 의자 밖으로 나가 있어 떨어질까 조마조마하게 누워있었다.
자세를 바꾸기도 하고 뒤척뒤척거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불편함에 다시 일어났고 그때서야 나는 여기가 어딘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졌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생각만 할 뿐이었다. 그 당시에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지 1도 몰랐다. 그렇게 30분쯤 지났을까 어느 역에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이 줄줄이 내리기 시작하였고, 나는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곳이라면 환승하는 곳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며 무작정 내렸다. 하지만 내리고 정신 차려보니 내가 익숙한 역이 아니었다. 지하철은 이미 출발했고 나는 어쩔 줄 몰라하며 의자에 앉았다.
그즈음에 동생에게 전화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나는 가족 따위는 생각나지 않았다. 나 홀로 고아가 된 기분이었다. 진짜 초등학생도 못한 수준의 인지능력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하지 궁리만 할 뿐이었다. 물론 나는 초등학생이 아니니 사람들이 걱정해 주며 도와주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어느새 나는 좌불안석증이 도져 계속 한 곳을 왔다 갔다 하며 걱정하기만 하였다. 아마 초등학생 저학년 수준의 인지능력까지 떨어졌으리라. 지하철이 올 때마다 전광판에 나타나는 00역 행 지하철이라는 것만 주구장창 보면서 몇 시간을 거기서 왔다 갔다 하면서 생각했지만,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지금은 참 불쌍하게 여겨진다.
점점 역 안에 사람들은 없어지고 이래서는 아무런 소득도 없겠다 싶자, 곧 지하철이 끊길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일었고, 나는 전에 내렸던 곳의 반대편 지하철 타는 곳에서 그냥 이번에 오는 지하철에 내 몸을 맡기기로 했다. 웃기게도 무언가 스릴을 느끼기도 했다. 마치 모험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또다시 정처 없이 무념무상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30분쯤 지났을까 아! 내가 익숙한 역 이름이 들렸으니 바로 이 때다 싶었다. 그때 무슨 역이었는지는 지금 기억이 안 난다. 어쨌든 나는 여기서 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단 내렸다.
그러나 놀라지 말라, 거기서 역시 어떻게 갈아타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출구계단을 올라가서 다른 환승하는 계단을 타면 되는데 그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자 역 안에는 아무도 없이 나 홀로 앉아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걷기 시작하였고 출구계단을 타고 올라와 환승할 수 있는 통로에 도달했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사당역 행 지하철 환승 안내판이 보이는 듯하였으나 나는 거지처럼 계단 한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내 가방을 끌어안고 가끔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구경만 했다. 이 때 역시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아 도움을 받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자 이젠 정말 오고 가는 사람들이 없어졌다. 아마 막차로 지하철이 끊겼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단 자야 하니 벤치가 있는 지하철 타는 곳으로 밑으로 내려가자고 생각했고(그때 내려갈 때 나는 가방을 두고 이동한 것 같다. 이때 내 노트북과 지갑이 있는 가방을 잃어버렸다.) 벤치에 누워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분 지났을까. 역무원이었던 거 같다. '저기요, 저기요' 나를 깨우는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서 자시면 안돼요. 이봐요.' 정처 없이 나를 깨웠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 이때부터 나는 아무 말도 못 하는 실어증이 걸렸던 것 같다.
역무원: 이봐요! 이봐요! 여기서 주무시면 안돼요!
나: (누워있음)
역무원: 이봐요! 일어나 보세요! 이봐요!
나: (누워있음)
역무원: (머리와 어깨를 부축해 일으키며) 이봐요! 정신 차려요!
나: (앉아있음)
역무원: 여기서 이렇게 주무시면 안돼요. 집이 어디세요?
나: (아무 생각 없음)
역무원: 이봐요! 대답 좀 해보세요! (무전기로 누구와 대화하기 시작)
나: (듣고만 있음)
역무원: 이봐요. 일단 여기서 나가시죠. 일어나 봐요. (부축하며 일으키기 시작. 출구 계단 쪽으로 걷기 시작.) 술 드셨어요?
나: (아무 생각 없음)
역무원: 술 취한 건 아닌 거 같은데..(혼잣말. 무전기로 누구와 대화)
나는 비몽사몽 역무원의 부축을 받으며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눈을 반쯤 뜬 채로 부축받으며 어디론가 이동했고, 어느 순간 역 밖으로 나와 어딘가에 앉혀졌다.
'집으로 가세요~'라고 책임감 없는 작별인사를 받으며 나는 홀로 버려졌고, 나는 앉아서 졸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어떤 남자가 내 옆에 오더니 '저기요. 여기서 주무시면 어떡해요. 집으로 가셔야죠. 집이 어디예요?' 하며 나를 깨우기 시작했다. 나는 역시 아무 말도 못 한 채 듣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더니 그 사람이 나를 부축하며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감은 채 그 사람에게 몸을 맡겼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해코지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 지금 생각하면 아마 그럴 생각으로 나를 데려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잠이 너무나도 왔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은 채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다. 나는 택시의 뒷좌석에 태워졌고 그 사람은 앞좌석에 탔다. 아니 이상한 것은 그 때 대화가 생각나는 데 그 남자와 택시기사는 아는 사람이었다. 택시기사는 '항상 그런데로 집으로 데려다 드릴까요?' 물었고 그 남자는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그들 사이에 몇몇 대화가 있었지만 그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집 앞에 도착했을까, 그 남자는 내렸고, 여자 택시기사는 뒷자석에 있는 분은 어떻게 할 거냐고 하니깐, 갑자기 그 남자가 '나는 모르는 사람이에요!!'라고 큰소리치며 그냥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 아마 그 택시기사와 아는 사이니깐 범죄 증거가 남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었으리라. 지금 생각하면 정말 불행 중 다행이다.
택시기사는 택시 안에 남은 나를 두고 질문을 하기 시작하였다. 집이 어디냐는 말만 수십 번 되풀이했지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이미 실어증이 걸린 상태였다.
택시기사: 저기 청년. 어떡할 거예요? 여기서 내릴 거예요?
나: (앉아서 가만히)
택시기사: 아니 술 마셨어요? 술은 안 마신 거 같은데.. 대답 좀 해봐요. 집이 어디예요?
나: (조용)
택시기사: 정정한 거 같은데 어디 아프신가.. 저기요. 집이 어디냐니깐요? 대답 좀 해봐요.
나: (가만히)
택시기사: 이상하네 왜 말을 안 하시지... 여기서 내리실 거예요? 집이 어디냐니깐요? 모셔다 드릴게요.
나: (가만히)
택시기사: 아 나참.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말 좀 해보세요. 아 나참 골 때리네. 여기서 계속 이러고 있을 거예요?
그렇게 연거푸 질문을 하던 그녀는 경찰에 전화하기 시작했다. 경찰에게 '택시에 손님이 타고 있으신데 말을 안 해요! 정정한 남자 청년 같은데 도무지 대답을 안 하네요!'라며 통화하신 기억이 난다. 나는 뭔가 두려움이 일어 택시에서 나와 밖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택시를 멀리 떠나지는 않았다. 그냥 그 주위를 맴돌 뿐이었고 택시기사의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상황설명부터 해서 지금 내가 택시를 내려 밖에서 계속 맴돌고 있다고 말하는 듯싶었다.
몇 분후 경찰이 왔고 경찰도 계속해서 질문을 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경찰: 안녕하세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나: (가만히)
경찰: 저기요. 대답 좀 해보세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나: (가만히)
경찰: 집이 어디예요? 말씀을 못하세요?
나: (가만히)
경찰: 장애인이신가... 저기요. 신분증 있으세요?
나: (자리를 떠나려고 함)
경찰: (어깨를 꽉 누르면서 제압하며) 저기요. 이대로 가시면 안돼요. 고개는 끄덕일 수 있어요?
나: (끄덕)
경찰: 말은 알아들으시네. 말을 못 하세요?
나: (끄덕)
그러자 경찰은 내 휴대폰을 달라고 했고 나는 그대로 했다. 그러자 좀 있으니 경찰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내 휴대폰 잠금화면에는 '이 휴대폰을 주우면 아버지에게로 전화해 달라'라고 아버지 전화번호를 문구로 띄어놨었고 경찰은 그것을 본 것이었다.
너무 졸려서 무슨 말이 오고 갔는지는 기억이 안 나나 나는 곧 다시 택시를 탔고 부모님 집으로 쌩쌩 내려가고 있었다. 한참 내려갔을 때였나. 택시기사는 창문을 열어놓고 있었고 나는 너무너무 추워서 잠이 깨기 시작했다. 고속도로 한복판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부모님 집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때서야 내 입이 뜨여졌다. 내 집으로 가달라고 말을 한 것이었다. 내 집 앞 역이름을 댔고, 택시기사는 연신 괜찮냐고 어디 아픈 건 아니냐고 물으며 정말로 그리로 가면 되냐고 연신 물었고 나는 그리로 가달라고 말하였다. 택시기사는 '젊은 청년이 원~!'이라고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다만 추우니 창문을 닫아달라고 요청했고 다시금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정적이 흐른 몇 분 후 새벽 몇 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아마 3시쯤이었으리라. 집 앞 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나는 또다시 무념무상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택시기사는 돈을 내라며 연거푸 요청했고, 그때쯤이었던 거 같다. 내 맘대로 움직여지지도 못하게 된 것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아무렇게 움직이지도 못했다. 택시기사는 이제 화를 낼 지경이었다.
택시기사: 도착했습니다.
나: (가만히)
택시기사: 여기 맞죠? 00역.
나: (가만히)
택시기사: 뭐해요. 계산하게 돈을 주셔야죠.
나: (가만히)
택시기사: 어어~. 이 사람 또 이상해졌네. 아까는 멀쩡해 보이더니. 카드 있어요? 카드 주세요.
나: (그냥 내릴려고 함)
택시기사: 어어!!! 이 사람이! (팔을 잡음) 돈을 주시고 내리셔야죠!
나: (가만히)
택시기사: 그래요. 카드를 줘요.
나: (다시 내릴려고 함)
택시기사: 이 사람이 미쳤나? (내려서 내가 떠나려는 것을 붙잡음) 돈을 주고 가셔야죠. 범죄예요. 이거.
나: (가만히 있음)
택시기사: 안 되겠네. 이 사람.
나는 그냥 갈려고 했다. 그러자 택시기사는 화가 나서 갈려는 나를 막았고 그녀는 또다시 경찰에 전화하기 시작했다. '이 분이 택시 요금을 안 내세요! 아무 말도 안 하고 계속 도망가려고 해요!'라고 하며 연거푸 나를 막았다. 곧 경찰이 도착했고 경찰은 어서 요금을 내라며 재촉했다. 나는 그냥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택시기사: 이 분이 돈을 안 내세요.
경찰: 선생님 돈 있으세요? 택시를 탔으면 돈을 내야죠.
나: (가만히)
경찰: 돈을 내셔야죠. 선생님.
나: (가만히)
경찰: 이상하네. 돈을 왜 안 내시지. 돈을 내세요, 선생님.
나: (가만히)
경찰: 지갑은 가지고 계세요?
나: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해서 가만히)
경찰: 카드나 현금 있으세요?
나: (가만히)
경찰: 이거 범죄예요. 경찰서로 가고 싶으세요?
택시기사: 이 분 좀 이상한 거 같아요. 말씀을 못하시나 봐요.
경찰: 말을 못 하신다고요? 이봐요. 카드나 현금 가지고 있으세요?
나: (가만히)
그렇게 몇 분 실랑이를 벌이다가 경찰이 휴대폰이 있냐고 물었고 나는 겨우 끄덕일 수 있었다. 경찰은 핸드폰을 달라고 했다. 휴대폰에는 카드가 있었다. 경찰은 '이 카드로 결제할게요? 네? 아시겠죠? 선생님이 결제를 하시는 겁니다~!'라고 말하며 카드를 택시기사에게 주었다.
그렇게 일단락이 되고 집이 어디냐, 집으로 갈 수 있겠냐는 물음에 나는 끄덕였고 그들은 그렇게 떠났다. 다행히 집이 어딘지는 알았다. 3분 거리니 그냥 걸어갔다. 집에 곧 도착했고 나는 중앙 문(계단으로 올라가기 전 쓰는 바깥 공동 문)을 열려고 비밀번호를 누르려했다. 하지만 아뿔싸. 나는 아기가 되어있었다. 아무런 생각이 안나는 것이었다. 어떻게 할지 모른 채 그렇게 추위에 벌벌 떨며 밖에서 정처 없이 기다릴 뿐이었다. 시계는 3시 반을 가리켰던 것이 기억난다. 가끔 사람이 지나갔지만 아무것도 못하고 계속 밖에서 추위에 벌벌 떨 뿐이었다. 아! 이제는 오줌도 마려워졌다. 나는 안절부절 왔다 갔다 하며 시간을 보냈고 어느 순간이 되니 내 휴대폰 내에 현관 비밀번호가 적혀져 있다는 것이 기억났다. 그래서 휴대폰을 열어 비밀번호를 찾았고 나는 끝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관문이 있었으니... 바로 현관문 비밀번호였다. 이건 내 휴대폰에도 적혀져 있지 않은 비밀번호였다. 부모님 집이랑 똑같은 비밀번호였으니 부모님에게 전화하면 되었을 것을 그 당시에는 가족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오줌이 너무 마려워 계단을 왔다갔다하며 계속 생각할 뿐이었다. 앉았다가 일어섰다가 왔다 갔다 했다가. 나의 오줌보는 계속해서 차고 있었다. 그렇게 30분 정도 지났을까. 생각이 났다. 그렇게 나는 집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드디어 집에 도착한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들이고 어떻게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 그렇게 집에 도착했지만 병원에 가기까지의 또 다른 기적과도 같은 이야기가 남아있다. 이 이야기는 3편으로 돌아오겠다.
2024.08.18 - [나의 조현병 이야기] - 조현병 재발 때의 나의 경험 기억 - Part 3. 조현병 재발로 인한 응급실 입원행까지의 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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